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....
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밤에 고열로 아파할 때
그 높은 산동네에서 나를 들쳐 엎고
택시가 다니는 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 내려와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던 당신....
그때 난 보았습니다....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..
내가 초등학교때 반장이 되었을 때....
다음날 빵과 우유를 50개씩 싸와서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던 당신...
난 당신에게 짜증을 부렸습니다...창피하게 학교까지 왜 왔냐고...
그때 난 보았습니다...
나의 그러한 태도에도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당신의 미소를...
초등학교 5학년때 보이스카웃 여행을 갔을 때....
당신도 따라왔습니다...
내가 가는곳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는 당신...
유난히도 사진찍는것을 싫어했던 나는 그런 당신에게 또 짜증을 내었습니다...
그때 난 보았습니다...
당신의 민망해하는 어색한 웃음을...
우리집이 그리 잘살지 않았던 시절....
내가 그렇게 갈비를 먹고 싶다고 졸라도 사줄 돈이 없으셨던 당신...
하루는 그동안 모으고 모은 돈으로..
나에게 갈비를 2인분이나 사주셨던 당신....
그때 난 보았습니다...
집에 돌아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찬밥을 드시는 당신을...
내가 삼류 대학에 입학했을때....
당신은 마음속으로 실망이 대단히 크셨던거 알고 있습니다....
하지만 내가 기죽을까봐 나보고 잘했다고...
수고했다고 다독거려준 당신....
그때 난 보았습니다....
당신의 미소 뒤에 숨어있는 서글픈 미소를....
내가 군대 훈련소에서 병원을 갔을 때
조교 눈을 피해 몰래 당신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.....
당신의 목소리에서 뛸듯이 기뻐하는 것을 느꼈습니다..
조교의 눈에 들킬까봐 채 1분도 통화하지 못하고 끊어야 했습니다.....
그때 난 들었습니다...
전화를 끊으면서 얼핏 들리는 당신의 흐느낌을...
내가 군대에서 고참에게 매일 워커발로 정강이를
채이고 나서 휴가를 나왔을때...
당신은 내가 잠들어 있는 방에 들어와 내 모습을 바라보시다가
우연히 나의 피고름이 흐르고 퉁퉁 부어있는 정강이를 보았습니다...
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...
그때 난 들었습니다...
당신의 소리 죽여 우시는 소리를.....
내가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당신이 70먹은 노인네가 되었을 때....
그때도 난 볼 수 있을 것입니다...
내 걱정에 항상 마음 조릴 당신의 모습을....
그런 당신을...
난...어머님이라 부릅니다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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